선거 전략·여론조사·이미지…얼굴 빼곤 多만들어주는 정치 컨설턴트

입력 2019-11-15 17:19   수정 2019-11-16 01:19


대한민국 정치권에 ‘정치 컨설팅’이라는 업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1년 제1회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부터다. 민주화 이후 31년 만에 부활한 지방선거에서 1만5000여 명의 후보자가 일제히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운 ‘정치 시장’이 탄생했다. 정치 컨설팅 회사들은 이를 기점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1990년대 생겨난 회사 열 개 중 아홉 개는 사라졌지만 30년 가까이 살아남은 업체들은 정치권에서 주요 정당의 선거 파트너가 되는 ‘메이저’로 발돋움했다.

국내 대표적인 정치 컨설팅 업체로는 P&C정책연구소와 e윈컴, 정치컨설팅민, 윈지코리아컨설팅 등이 꼽힌다. 대부분 메이저 업체들은 선거 시즌 외에도 상시 운영하며 후보들의 정책을 점검하고 여론을 살피는 등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정치권과도 밀접하게 교류하며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업력만 30년…정치권과 ‘동고동락’

내년 총선을 11개월가량 앞두고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발탁된 이근형 위원장은 윈지코리아컨설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에 몸을 담은 적은 없지만 선거 경험이 풍부하고 정부에서도 활동한 이 위원장의 능력을 높이 사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발족한 민주당 총선기획단에도 간사로 참여해 여론조사 등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민주당의 총선 전략과 인재 영입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가오는 21대 총선에서도 이 위원장 외의 정치 컨설턴트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 위원장의 활약은 역대 대선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로고송 ‘DJ DOC와 함께’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이끌어낸 여론조사가 이 위원장의 작품이다.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약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 컨설팅을 맡았고 2017년 대선 때는 이 위원장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 캠프 전략기획본부에서 문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다.

수입 천차만별…선거 때 ‘떴다방’식 활동도

정치 컨설팅업계가 다양한 영역으로 반경을 넓혀가고 있지만 수익과 인지도는 시기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정치 컨설턴트의 수입은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기업 형태로 컨설팅 회사를 이끌어 가는 사람 중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고, 프리랜서로 개인 컨설팅을 하는 사람은 연 3000만~4000만원 정도를 벌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특성상 컨설팅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는 극히 일부다. 방송사를 찾는 정치 컨설턴트가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 유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 특성 때문에 선거 시즌에만 ‘떴다방’ 형식으로 활동하는 소규모 업체도 늘고 있다. 평소에는 상업 컨설팅을 하다가 선거 시즌에만 홍보·마케팅 위주의 선거 기획을 병행하는 식이다.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졌다. 컨설턴트가 고객이 될 후보자들을 먼저 찾아나서는 일도 부지기수다. 특히 후보가 많은 지방선거 때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도의원·시의원·구의원 출마자까지 접촉해 고객 유치에 나선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김모씨는 “아직 후보 등록 전인데 내가 출마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정치 컨설팅을 받아보겠느냐는 제의가 두 번이나 들어왔다”며 “금전적인 이유로 거절하니 원하는 조건을 맞춰주겠다고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더라”고 귀띔했다.

“정치신인 발굴 기여” vs “선거 획일화”

정치 컨설팅 업체들은 강력한 공직선거법으로 ‘손발’이 묶인 후보자들에게 최대한 홍보 기회를 보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인상 P&C정책연구소 대표는 “한국은 공직선거법 때문에 합법적인 선거 운동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특히 정치 신인들이 받는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컨설팅 업체들은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운동권 출신 후보자거나 당에 몸을 담아서 확실한 조직 기반이 있는 후보자가 아니면 선거운동을 할 사람을 동원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며 “그런 후보자들에게 정치 컨설팅 업체는 확실한 지원군”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중앙 정치무대에서 멀어진 후보일수록 정치 컨설턴트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정치 컨설팅 업체들이 복잡한 공직선거법 규정을 이해하는 선거운동원을 제공해 선거법 위반 소지를 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치 컨설팅 업체가 ‘획일화된 선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6년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했던 김모씨는 “전문업체에 맡긴다 해도 결국 남들이 하는 선거 캠페인을 따라 하게 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러 후보를 상대하다 보니 홍보물 형식과 내용이 비슷하고, 선거 유세와 차량 동원까지 기존의 판에 박힌 ‘구색 갖추기’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김소현/성상훈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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